2023년 수해는 정말 징합니다. 가을과 겨울이 지나고도 아직 발목을 잡고 있네요. 하나씩 하나씩 하고는 있는데 일상적인 축사관리와 정육판매를 함께해야 하기에 속도가 많이 나질 않습니다. 또, 생각하고 달리 움직이는 몸 때문에 더 녹초가 되는 것 같네요.
수해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축사 내부로 물이 닥친 것과 축사 둘레로 물길이 생기며 무너진 것인데요. 축사 내부도 지금 열심히 복구와 수리를 진행하고 있구요. 축사 바깥은 콘크리트 바닥을 설치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더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한 바닥이 필요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바닥을 다지고, 축대도 쌓고, 평탄화 작업도 직접 다 해놓았는데요. 10월 말 부터 닥친 추위에 콘크리트 작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밤 기온이 영하에 가깝게 떨어지는 상황이라 이왕 돈을 들여 하는 걸 제대로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겨울은 축사 내부 복구에 신경을 썼구요. (많이 바꾸고 있어요. 다음에 공개할게요) 봄이 오길 기다렸는데, 추운 날씨가 유지되는거 같더니 4월이 되면서 급 따뜻해지더라구요. 이 때다 싶어서 바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계산상 40루베 정도가 필요했는데요. 한 차에 6루베라 6차만 먼저 부르고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콘크리트 가격은 많이 올라 루베당 108,000원 이었습니다. ㅠㅠ
마음 같아서는 업체에 몽땅 맡기고 싶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가격도 부담인데 업체에 맡기게 되면 인건비, 운영비 등등 못해도 재료비의 두 배 정도는 감안해야 했거든요. 유하를 설득해서 직접 하기로 했습니다. 힘이 드는 일은 제가 하기로 하구요. 레미콘 오기 전전날부터 다시 평탄화 하고, 비닐도 깔고 사전 작업을 했네요.
당일, 콘크리트를 실은 레미콘 차가 도착했고, 붓기 시작했습니다. 레미콘 기사님은 본인이 왔다 갔다 할 거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한 대가 더 도착했습니다. 첫 차 때 의외로 쉽다는 생각이 두 번째 차에서 힘들겠다로 바뀌었습니다. 아…
그 뒤로 금방 금방 왔습니다. 총 6대의 차가 두어시간 만에 왔고, 그걸 넓게 펴고 다듬는 작업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수해 때문에 레미콘 업체 사장님이 바쁘다고 말씀은 하셨었지만, 빨리 붓고 가려는 기사님의 마음이 느껴져서 더 힘들었네요. 천천히 부어달라는 말도 못하고… 그런데 다듬다 보니 더 띄엄띄엄 왔다면 굳어버려서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사님은 굳기 전에 빨리 부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심시간 전에 끝나버렸습니다. 하루 종일 일할 계획으로 간식도 사놓고, 하하들에게 잘 놀고 있으라고 말도 해놨었거든요. 의외로 빨리 끝나서 홀가분해졌네요. ^^ 이제 튼튼한 울타리를 쳐서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