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쉬어가기 위해 들른 구화산
각종 입장료에 모노레일, 케이블카까지 어마어마한 요금들
법당은 목조처럼 생긴 시멘트 건물
승려들은 산만하고 법당 안에 기념품 가게까지
알고보니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관광지 하지만 너무나 아쉬웠던 여행

구화산행 버스..가 아니라 승합차

몇일간 쉬지 못하고 달려 하루정도 쉬어가기로 했다. 그냥 쉬기에 멋쩍어 관광을 하기로 하곤 숙소 아주머니에게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곳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황산’과 중국인들에겐 너무나 유명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구화산’이 있었다. 황산은 자연미가 아름다운 산이고, 구화산은 절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황산을 가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거리가 100km정도 떨어진 곳이라 하루만에 갔다 오기에는 힘들다고 해서, 처음부터 실수를 많이하는 것을 불공으로 만회하려고 구화산으로 정했다.

 보통 중국인들이 먹는 쌀죽과 ‘호빵’으로 아침을 간단히 떼우고는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몇일간 보아왔던 중국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깔끔한 정류소였다. LED로 된 전광판도 있어 신기함이 더했다. 구화산행 버스표를 사서는 대합실에서 기다렸다. 버스가 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사전으로 겨우겨우 물었다.

“지우후아산 취 치처 짜이 날”(구화산행 버스 어디있어요?)

“뿌 치처 @!%@&#^$%@%@%”(버스 아니에요.. !@#$%^%^*(^%$#)

그러다가 다시 큰소리로

“!@%$^#$&%^%#$*&”

라고 외치니 한 아저씨가 어딘가에서 나타났다. 와서 하는 말이,

“이거런마?” (한사람이에요?)

고개를 끄덕였더니 실망한 눈치다. 혼자인줄 알았던 것이 한사람이 더 타 두명이 구화산으로 향했다. 가는 중에는 차장아가씨는 밖을 향해 뭐라뭐라 소리를 요란하게 쳐댔다. 아무래도 도중에 사람을 더 태워가는 모양이다. 그런식으로도 손님을 많이 태우지 못하자 어디론가 계속 전화를 하다가, 우리를 그냥 다른 차로 옮겨 실었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게 중국인가보다 하고 넘겼다. 도착한 구화산 입구. 멀리에 설악산의 공룡능선같은 산이 펼쳐져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산을 좋아라 했던지라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매표소에 입장권을 사는데 가격이 무려 ‘140원’(18,000원 정도)나 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입장료가 2~3000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비싼 가격이었다. 아침밥을 단돈 2원(250원 정도)에 먹고 기뻐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혹시나 학생할인이 있을까 싶어 물었더니 70원이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구화산이 보이는 쪽으로 한참을 걸어들어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는 걸어들어가기에 똑같이 행동한 것이다. 그런데 가도가도 끝이 없고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었다. 나의 행동을 보다 못한 택시기사가 나를 멈추어 세우고는 수많은 말을 내뱉었다.

“!@@$^%^&%@^!!# 꽁리”

나를 태우고 산으로 가려는가 보다 하곤,

“뚜어샤오치엔”(얼마에요?)

하고 물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한번 짓고,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나의 표를 한번 가리키고, 매표소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내가 걸어가는 방향에 손짓하며,

“뿌스”(아니에요)

라고 얘기했다. 자신이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되돌아 간 그곳에는 진짜 구화산으로 들어가는 수많은 버스가 세워져 있었고, 내가 산 표는 버스비를 포함한 입장료인 것이었다. 때마침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조금만 늦었다면 큰일날뻔 했다.

깊은 숲 속에 있는 구화산 관광단지(?)
관광단지 내 가게들. 엄청나게 이국적이었다.
비는 계속 왔고, 평일이라 한적하게 즐길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을 올라가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구화산 관광마을에 도착했다. 검표소를 통과하고도 마을은 계속됐는데, 절로 유명하다는 것은 다 뻥인지 가게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길을 가봐도, 저 길을 가봐도 모두 가게였다. 절이라고는 공사중인 것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금을 치르고 왔건만! 무엇인가 더 있을 것 같아 검표소로 돌아나와 그곳 직원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검표소 옆의 큰 안내지도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구화산의 핵심 관광요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곳만 골라 구경했던 것.

 첫 번째 핵심관광요소인, 불공을 드릴 수 있는 절이 하나 있었는데,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야만 했다. 분명 걸어오르는 길도 있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길찾기는 정말 힘든 노릇이었다. 거금의 모노레일 비용을 치르고 ‘백세궁’이라는 곳에 올랐다. 그랬더니 그곳엔 이상 허름한 절이 하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절은 계곡 건너편 더 높은 곳에 있었다. 후회해봐도 이미 올라온 이상 구경해야 했다.

무조건 타야했던 모노레일. 나는 등산을 하고 싶었건만.
구화산의 대웅보전. 원래 시멘트인건지 어떻게 된건지. 실망스러웠다.

 멀리서 바라본 절 모양은 일단 50점이었다. 그런대로 능선위에 지어져 약간은 웅장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기에. 가까이 가보았다. 천왕문 같은 곳을 지나려는데 그 안에서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표를 팔고 있었다. ‘70원이나 주고 들어왔는데, 또받아?’ 벽은 콘크리트로 되어있었고 지붕의 기와는 너무 성의 없이 만든 것이었다. 기와집에는 지붕을 주심포니 다포니 해서 멋들어지게 받쳐주는 줄 알았건만 그런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불상이 모셔져 있는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턱’하고 턱이 내려앉았다. 내부는 크리스마스 때 주로 장식용으로 쓰는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연결되어 있는 ‘줄전구’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부처상의 둘레에도 말할 것도 없었다. 반짝 반짝 거리고 있는 그 법당 내의 스님들을 보자니. 분명 염불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예불시간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스님들은 옆 스님들과 이야기하고 뒤에 들어와 있는 관광객들을 구경했다. 또, 법당내부에는 향 및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사찰 내에 기념품 가게가 있어도 줄 곧 화를 내는 터에 법당 안에 가게가 있으니.

법회 중이었으나 승려들은 너무 산만했다. 오히려 신자들은 한국이랑 별반 다를게 없었다.
부처님상을 전구 장식으로 둘러놓았다. 또, 법당 내부에 기념품점도 있었다. ㅠㅠ

 더 구경할 것도 없었다. 빵점이다 못해 점수를 뺏을 수만 있다면 뺏고 싶었다. 건너편의 멋진 절을 구경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곤 계곡을 걸어내려 왔다. 한참을 내려와 사람들에게 그곳으로 어떻게 가야하냐고 물어보니 ‘케이블카’를 타라고 했다. 무슨 산중에 모노레일이다 케이블카가 다 뭔가. 대구의 팔공산처럼 몇시간의 산행 끝에 갓바위 같은 불상이나 절이 나오는 줄 알았건만. 그래도 왔으니, 겨우겨우 찾아 비싼돈을 치르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오르는 중 바깥에는 넓은 대나무 밭이 펼쳐져 순간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잠깐 뭉클하기도 했다. 절은 날카로운 산 봉우리를 살짝 다듬어 지어놓은 듯 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고도 수십분을 올라가니 목적지인 절이 나왔다.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그곳은 신앙심 깊은 할머니들이 많아서 약간은 법당분위기가 나는 듯 했지만 어이없는 스님들이 그런 분위기를 다 망치고 있었다. 옆사람과 이야기 하랴, 관광객 구경하랴 정신이 없어보였다. ‘내가 다시는 중국 절에 오나봐라’

 허탈한 마음으로 되돌아 나왔다. 우리돈 몇만원이 상당히 아깝게 느껴졌지만 중국불교의 이러한 현실을 알게 된 것도 일종의 배움이니, 이러한 경험이 없다면 알 수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삼았다. 다른 절을 보지 못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으나 여관 아주머니는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고 침 튀기며 이야기 했기에.

 구화산에 대한 느낌은 정말 ‘이건 아니올씨다’이다. 완전 상업주의에 물든 것이 표가 팍팍났다. 어떻게 이런 중국인들이 공산주의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더라. 공산주의를 하려면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할텐데 그렇게 욕심이 많아서야.

반면에 숲은 너무 아름다웠다. 다만 접근 불가.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풍경. 이토록 멋진 대나무 숲이라니!

 첫 번째로 산 아래에 구화산행 관광버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그러니까 난 분명히 안칭 터미널에서 ‘구화산’행 버스를 탔는데 구화산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아니라 구화산 가까이의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준 것이다. 일반 마을의 터미널을 생각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황량한 벌판에 터미널이 덜렁 놓여져 있다. 구화산에 가려면 그 버스를 타야만 하는 것이다. 무슨 요금이 池州에서 구화산 터미널까지 가는데 11원인데 그 코앞에서 올라가는 버스가 140원이라니 말이 되는 소린가. 물론 거기엔 공원 입장료도 포함되있긴 하지만 무슨 거기에 놀이공원이라도 있다는 건가!

 두 번째, 공원에 도착하니 무슨 공원지대가 아니고 대규모 상업시설지구다. 분명히 입장권을 내고 들어간 곳이다. 그런데 각종 음식점과 기념품점, 여관들이 가득가득했다. 그리고 서로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도 그 유명하다는 절을 찾아 이곳저곳 헤맸다. TV 광고에서도 그 절은 자주 나왔다. 무슨 봉우리 꼭대기에 지어져서 신비로움을 자아내던 절이었다. 거기 이름도 모르고 (광고할 때는 그 화면을 보여주며 ‘지우후와산’(구화산을 보통화 발음으로) 하고 얘기할 뿐이지 절의 상세한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온통 사설가게뿐이고 절이라고 있는 건 공사중인 허름한 놈 뿐이었다. 결국엔 매표소로 다시 돌아가 대충 물어보니 바로 옆에 약도가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그 약도를 보고 찾아간 곳에는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모노레일 가격이 무려 7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우리돈 9000원이 넘는 돈이다. 물론 학생할인이 적용되어 그 반 가격으로 탈 수 있었다.(입장료도 50% 할인 받았다.) 그래도 비싼 돈이다. 입장료도 그렇게 미치도록 비싼 돈을 치르고 들어왔건만 그곳에 향하는 운송수단이 그렇게 비싸다니!! 물론 도보로 갈 수 있는 길도 찾아보았지만 중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 입장에선 힘들었다.

이렇게 유명한 국립공원에서 쓰레기를 ‘무단’으로 태우는 모습을 봤다. 허탈…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

 네 번째, 그렇게 비싼 돈들을 치르고 간 그 절에서 또다시 돈을 받고 있었다는게 아닌가!!!! 우리나라 사찰의 천왕문에 해당하는 곳, 그 안에서 돈을 받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았는데 그 돈이 무려 7원이었다. 이거 모노레일 까지 타고 올라간 그곳에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 정말 치사해도 그렇게 치사할 수가 없었다. 울며겨자먹기로 들어갔는데.

 다섯 번째, 대웅전으로 보이는 법당안에 분위기가 말로써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개판이었다. 나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아 이런소리 한다고…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믿음을 가진 종교인들의 행동이 이것은 좀 아니지 않나 했다. 또, 법당안에 기념품 판매점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무리 돈을 밝히더라도, 욕심을 버리고 속세를 떠나라고 했던 부처님 상 앞에서 도대체 그런 파렴치한 행동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콘크리트로 대충대충 만들어 놓은 법당하며 스님이라고 하는 인간들 행동하며. 도대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종교시설의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거기 ‘백세궁’은 내가 TV에서 봤던 곳이 아니라서 다시 찾아볼 수 밖에 없었다. 그곳만은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의 명칭은 天臺 였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업지구 반대편으로 산을 내려가고 또다시 올라가야 했다. 다시 내려가는건 두다리로 내려갔는데, 올라가는 것은 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었다. 시간도 늦었고 피곤해서 지는척하고 케이블카를 탔는데 어찌 그리 비싸던지!!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고 나서도 실망의 연속이었다. 똑같았다. 금방까지 느꼈던 그 느낌과 비슷했다.

 아직까지도 중국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등등의 노선으로 가고 있는데, 어찌그리 파렴치하게 돈을 뜯어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우리나라처럼 미국식 돈있는자 위주의 정책이 펼쳐진다면 중국은 완전히 개판이 될 것 같았다. 나쁜 욕심쟁이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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