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너무 아파 휴식기를 가졌다.
숙소에서 만난 한국계 미국인 아저씨와 고급식당에 가다.
한 식당은 우리가 퇴짜를 놓았고, 다른 식당은 우리가 퇴짜를 맞을 뻔
도착한 호화식당에서 우리가 가장 맛있게 먹은 건 바로…
40일 동안 휴식이라고는 거의 없었다. 3~4일마다 하루정도 쉬는 것이 다였다. 피로는 그대로 차곡차곡 쌓였고, 아픈 무릎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렇다, 나는 그 때 심각한 무릎 통증을 겪고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서쪽으로 그대로 나아가 ‘천장공로’라고 불리우는 ‘사천-티베트’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가고 싶었기에 휴식이 절실히 필요했다.
유스호스텔 바로 앞에 한국 음식점이 있었다. 당연히 그곳을 찾았고, 먹었다. 한국음식을 먹었을 때는 정말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거의 40일간이나 한국음식을 먹지 못했었는데, 김치를 맛보는 순간 역시나 나는 한국인이라도 느꼈다. 음식은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온몸으로 그 신호를 전달하여 온몸이, 온 세포가 기뻐 날뛰었던 까닭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을 것이다. 또, 거기서 먹은 삼겹살은 어떻고. 그곳 고기가 다소 질긴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김치랑 함께 먹는 삼겹살은 나에겐 최고의 식단이었다. 아쉬웠지만 세번정도 먹고나니 그 집 한국음식은 맛이 없는 편이라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그 음식점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그 음식을 먹은 후에, 계산을 하려는데 아가씨가 한국말을 했다. 그 아가씨는 주인집 딸 같았다. 그래서 내 딴에는 너무나 반가워 40일동안 우리말 한번도 못듣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반갑다고 기쁘게 얘길했더니… 돌아왔던 대답은 ‘아..네..’ 였다. 그것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다행히 유스호스텔 같은방에 있던 미국계한국인 아저씨가 있어서 한국말을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었다.
그 미국계 한국인 아저씨는 집은 원래 LA 고, 그때는 쿤밍의 외국인 학교에 교장으로 와있다고 얘길 했다. 그리고 짬날 때마다 여행을 하고 있다고. 티베트 여행 다녀오던 길인데 청두에는 팬더를 보기 위해서 들렀다고 했다. 너무나 유창한 영어 때문에 한국인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반가웠다.
아저씨는 여행을 할 때 그 지역에서 최고급 식당에 꼭 들른다고 했다. 그것도 좋은 경험이라면서, 청두에서는 아직 가지 않았는데, 나보고 함께가지 않겠냐고 했다. 당연히 나는 오케이 했고, 유스호스텔 직원에게 최고 좋은 음식점이 어디냐고 물어봤다. 여러명의 회의 뒤에 두 개의 음식점을 알려줬다. 택시를 타서 아저씨에게 우리가 최고급 식당을 가려는데 여기, 여기 둘 중 어느게 더 고급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그 중 한곳에 데려다 주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그곳에는 고급식당으로 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그런데 식당 분위기가 그냥 TV에 나오는 고급레스토랑정도였다. 그러니까 내가보기에는 고급레스토랑이 맞는데 아저씨는 이건 청두에서 제일 좋은 식당은 아니라고 하고 나가자고 했다. 그 식당은 보통의 호텔식당 정도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나머지 한 곳으로 가자고 했다. 기사에게 거기가 최고급이 맞냐고 물어보니 금방 갔던데랑 갈 곳이랑 둘을 언급하며 둘 다 최고급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일단 가보자고 했고 멀지않은 곳에 그 식당이 위치했다.
바로 전 식당은 다소 허름한 빌딩 최상층에 있었지만 여긴 초대형 건물의 상층을 차지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경비원 아저씨가 물관리를 하고 있었고 허름한 아저씨와 나의 옷차림을 보고는 제지하려했다. 아저씨가 한국인이라고 설명한 이후에야 그곳에 올라갈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저씨는 ‘여기가 최고급 식당이 맞는 것 같다.’ 고 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진짜!! 진짜!! 이쁜 중국 여직원이 우리를 안내했다. 직원의 외모에 어안이 벙벙했는데, 화려한 실내장식에 또한번 놀랬다. 전등과 한쪽 구석의 ‘왕좌’장식은 모두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넓은 식탁에 앉아서 메뉴책을 받아들고는 놀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중국식당에서는 몇가지 음식을 시켜놓고 자기 그릇에 조금씩 담아 먹는다. 그래서 둘만 갔지만 3가지 이상은 시켜야 됐다. 요리 하나의 가격이 웬만하면 우리돈 10만원을 넘겼다.
보통의 식당에서 1000원~3000원 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저씨가 몇가지의 요리를 시키고 나는 제일 싸고 서민적인 음식인 ‘후이궈로우’를 시켰다. 후이궈로우는 흔하디 흔한 요리로 삼겹살을 볶은 음식이다. 조금 후에 음식이 나왔고 조금씩 맛을 보는데, 이거 너무 밍밍해서 음식에 맛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제일 마지막으로 후이궈로우가 나왔다.
“니가 시킨거야?”
“네, 평소에 제가 잘 먹는거에요.”
“와, 이게 제일 맛있다~”
“삼겹살로 어떻게 한거래요~”
“역시 삼겹살인가. 우리 입은 어쩔 수 없나보다. 비싼게 안맞네”
그 음식들은 거의 내가 해치우고 아저씨는 계산을 했다. 몇십만원의 돈이어서 괜히 내가 미안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런 식당엔 혼자 못가니까 같이 가 준 것을 고마워했다.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