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옥수수가 주작물이었다. 판매를 목표로 노력했지만 우박과 긴 장마로 어렵게 되었다. 우박은 한 뼘 정도 자란 옥수수를 사정없이 꺾어 놓았고, 7월 초순 경에 시작한 비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8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오랫동안 오는 비는 처음이었다. 비도 비였지만 해가 구름에 가려 습도가 너무 높았다.
옥수수는 결국 비가 오는 중에 거두었고, 상태가 매우 안좋았다. 원래도 곰팡이가 조금씩 피지만 높은 습도가 이어지던 탓에 심해도 너무 심했다. 거두자 마자 처마에 걸었고, 대책을 세웠다. 결론은 ‘옥수수쌀’로 팔기.
문제는 옥수수 알이 썩은 것과 터진 것, 싹이 난 것들을 골라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냥 터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걸릴 것이 분명했고, 잠시 미루었다. 가을이 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들깨, 팥 수확을 끝내고 나니 겨울이 됐다. 따뜻한 실내 공간만 있으면 죽치고 앉아서 썩은 것들을 골라내고 털면 좋겠지만 그런 공간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래서 우리집 처마에는 아직도 옥수수가 걸려있다.
본의 아니게 미루어왔던 일을 다음 주 중으로 끝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