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마주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최고를 외치며 소개한 동굴.
입장료가 비싸 되돌아갈 뻔 했지만 알고보니 세계최대동굴.
높이나 길이나 정말 어마어마했던 청룽동.
나를 공포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악의굴’을 지나니 목표로 했던 마을이 나왔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모두들 하나같이 ‘어느 곳’의 설명에 열중했고, 그곳은 산샤댐과 마찬가지로 ‘따’(크다), ‘쭈이’(최고다) 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야만 설명이 되는 곳이었다.
도대체 그들이 설명하는 것이 알 수가 없었다. 설명은 길게 늘어놓았지만, ‘따, 쭈이’ 이런 단어들만 들릴뿐 다른 것들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청룽동’이라고 하는 이름만 알 수 있을 뿐. 그곳에서 25km정도 떨어진 利川(리촨) 근교에 위치했다. 그 마을에 막 도착했을 때는 더 달릴 수 있는 힘은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목표가 잡히니 없던 힘이 생겨나 그곳까지 날듯했다.
다음 날 택시를 타고 ‘청룽동’으로 가자했다. 버스를 타고 가고싶었지만 아주머니는 버스는 없고 오직 택시뿐이라고 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명성’ – 사람들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한 그… – 에 걸맞지 않게 소수의 사람들이 모여있을 뿐이었다.
때마침 매표소에서 표값을 물어보고 오는 어린아이가 아버지에게 ‘이바이빠’라고 하는 가격을 알려줬다. 무려 180원 이라는 가격, 우리돈 24000원정도다. 구화산의 아픔을 상기하며 그냥 돌아갈까 고민을 했다.
관광지도 가끔씩은 돌아보자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표를 거의 어쩔 수 없이 구입. 다행히 50%나 학생할인을 해주었다. 그때서야 표에 찍혀있는 사진과 안내책자에 나와있는 설명이, ‘청룽동은 아주 엄청나고 굉장한 동굴이다.’ 였다. 그제서야 청룽동의 동이 동굴의 동자인줄 알았다. 그리곤 잠깐 걸어 커다란 구멍앞에 당도했다.
다른 관광객만 없었다면 한바탕 크게 소릴 지를 뻔 했다. 표와 함께 받은 안내 팜플렛에 입구높이가 72m라고 나와있지만 않았다면 줄 곧 150m는 됐을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동굴입구 바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코딱지’만하게 보였고 먼 거리였음에도 동굴 위를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만 했다. 비싼 입장료 때문에 놀랐지만 거대한 동굴 때문에 더 놀랐다.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로부터 차갑고 습한 바람이 불어왔다. 박쥐들이 찍찍거리는 소리,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 몇 안되는 관광객이 소근거리는 소리 그리고 나의 발자국 소리.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더 커졌다.
더운 여름인데도 안은 쌀쌀하고.. 아니 추웠다. 동굴 입구에서는 다소 센 바람이 불어서 놀랬는데 다행히 안에는 바람은 없었다. 다양한 색상의 전등으로 비추어 지고 있었는데, 화려하기 보다는 그 상태 그대로 공포영화를 찍어도 괜찮을 분위기였다.
흰 소복을 입은 여자가 거대한 동굴 저편에서 스르륵 걸어오기라도 한다면 거기있는 모든 사람들 즉시 기절하고 말 것이다. 기절 하지 않더라도 기절하는 척이라도 해야할 분위기다.
또, 그만한 에코효과는 없을 것이다. 입밖으로 소리를 내어도 그 소리가 내 귀에는 바로 와닿지 않는 대신에 여기저기 울려퍼져서 메아리로는 여러번 들려왔다. 노래방 기계를 아무리 조정해봐도 그만한 메아리는 만들지 못할 것이다.
동굴은 굽이굽이 돌아 안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입구의 높이, 넓이 이상으로 높아지고 넓어지고 있었다. 이 동굴이 수십키로나 된다하니 기가 막힐뿐이었다. 이 멋진 광경을 사진이 담고 싶어 담아보았지만, 작은 사진기 안에 그 거대한 규모를 도저히 담아낼 수가 없었다.
한참을 들어가니 어떤 연인 한 쌍이 더 들어갈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고 안심이 되었는지 그제서야 몇발 앞서 들어갔다. 사진을 찍느라 앞서가던 일행을 놓치고 혼자가 되었다. 그 순간 무엇인가 으스스한 기분이 들더니 아니나 다를까 왼쪽 위에 공포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듯 무서운 형상의 조각이 있었다.
얼굴모양은, 왼쪽은 화상을 당한 것처럼 부글부글한 상태였고, 오른쪽은 그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람이 일부러 조각을 한다해도 그것보다는 무섭게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무너져 내려 없었지만 아래쪽에 둥글둥글한 배 모양이 조각당시 사람을 모델로 하지않았다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한참을 더 걸어 들어가다 셔틀을 타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았고, 동굴 안에는 혼자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박쥐들의 찍찍거리는 소리, 어딘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긴장된 내 숨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길은 계속되었고 조명은 있지만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지 조금씩 어두워졌다. 주변은 더 들어갈지 말지의 선택을 주지않았다. 돌아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오며 두려운 마음을 좀 달래고자 노래를 크게 불렀는데 자연 음향효과가 정말 기가 막혔다. 그냥 ‘아~’하고 소리내보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대충 불러도 아름다운 소리가 되었다.
혹시 이 소리가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니고 ‘귀신이 나의 입모양을 보고 따라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온 몸에 소름이 확 돋았다. 또,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 나 혼자만 남아있는 것이 확실했다. 돌아나오는 길에 그 조각을 한번 더 마주쳤다. 순간 “니가??!!” 라는 말이 나왔고, 이후에는 그만 뛰다싶이 나와버렸다. 아니 전속력 질주라고 해야 맞다. “제길, 똥됐다. 뛰자!!”
<달려라 자전거>는 2006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432일동안 유라시아를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올리는 글은 그 때 당시에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지금의 저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